1890년대, 4주간의 등대지기를 위해 두 명의 남자가 어느 작은 바위섬에 올라 전임자와 교대한다.
늙은 남자는 4주간의 업무를 위한 축배를 위해 술을 건네지만, 젊은 남자는 근무 중 음주는 지침에 위배된다며 거절한다. 등대원 지침서에 따라 교대근무를 주장하는 젊은 남자를 무시한 늙은 남자는, 등대장인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강요하며 등대를 관리하는 야간근무는 자기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등대장은 권태감이 사람을 나쁜 놈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등대 보조원에게 잔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힘든 일을 시키고, 우울증을 달래고 선원을 행복하게 하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여기는 술에 절어 산다. 2주가 지난 뒤에야 젊은 남자는 이전에 벌목을 했으며, 자신의 이름인 에브라임 윈슬로로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4주간의 업무를 마치고 교대팀이 오기 하루 전날 밤, 늙은 남자의 이름이 토마스 웨이크라는 것을 알게 된 에브라임은 같이 술을 마시며 화해를 시도하지만, 등대 관리를 둘러싼 싸움은 해결되지 않는다.
다음날 토마스와 에브라임은 교대팀을 태운 보급선을 기다리지만, 폭풍으로 인한 기상악화로 보급선은 오지 않는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나도 폭풍이 그치지 않자 절망감으로 자제력을 잃어가던 두 사람은 서로를 탓하며 갈등은 증폭된다. 에브라임은 술에 취해 자신의 진짜 이름이 토마스 웨이크이고, 에브라임 윈슬로는 자신을 더러운 개라 부르며 책망하던 통나무 뗏목 운반 반장이며, 통나무에 깔려 물에 빠진 그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밀을 털어 놓는데..
영화 <더 라이트하우스>는 로버트 에거스 감독 작품이다.
로버트 에거스는 공포영화 <더 위치(2015)>로 감독 데뷔하며 2017년 인디펜던트 스피릿어워드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흑백 영상으로 등대장과 등대 보조원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심리 스릴러 영화 <더 라이트하우스>는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2019년 수많은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의 후보로 올랐다.
썰매견 이야기 <토고(2019)>에서 레너드 역의 윌렘 데포가 토마스를,
<더 킹: 헨리 5세(2019)>에서 프랑스 왕세자 역의 로버트 패틴슨이 에브라임을 연기한다.
영화 제목 <The Lighthouse>는 '등대'를 뜻한다.
아내와 이혼한 후 등대와 결혼한 토마스에게는 홀로 독점해야 할 대상이 되는 등대,
등대 보조원 에브라임마저 자신의 등대를 노리는 경쟁자에 불과하다.
에브라임은 자신을 괴롭히던 토마스를 죽인 후 숨기고 있던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비춰주는 수단이 되는 등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공격하는 갈매기나,
뱃사람을 유혹해 자살하게 만드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Siren)처럼 자신을 유혹해 미치게 만들려는 인어의 존재는 자신을 멸시하고 괴롭히는 토마스를 투영한다.
흑과 백,
어두운 바다와 그곳을 환희 비추는 등대,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존재는
마치 너무나 다른 토마스와 에브라임과 닮았다.
에브라임의 말처럼
그저 먹고살려고 급여가 좋은 등대원이 되었는데,
자신을 개처럼 취급하고 멸시하며,
무보수로 해고를 건의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토마스는,
잔소리하고 책망하는 꼰대나 갑질 하는 상사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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